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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핑계로_브라우니+치즈케이크+스노우볼

H_크리스마스 베이킹<브라우니+치즈케이크+스노우볼 세트>
크리스마스라고 케이크 위에 빨강과 초록으로 장식하고, 한눈에 봐도 급하게 만든 게 딱 보이는 체인점의 케이크는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분명 낮에도 세일이라고 해놓고 밤이 되면 밤이라 세일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체인점의 케이크.
대놓고 즐기는 것만큼 촌스러운 것은 없다.
은근하고 스며들 듯이 나만 알 수 있는 크리스마스 베이킹.
진하고 달지 않으며 촉촉한 맛을 좋아하는 애인을 위해 호두와 아몬드를 콕 콕 박은 브라우니를, 부드럽고 녹여 먹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100% 농도의 치즈 케이크를 만들고 나니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뭔가 아쉽다.
그래서 초코과자에 화이트슈가를 슉 슉 뿌린 스노우볼을 더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커다란 케이크는 먹다 보면 지쳐서 처음에는 와_하며 달려들다가도 금방 시들해지기 마련이니,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그리고 아주 약간의 이벤트로 스노우볼까지 준비하면 티 나지 않고 은근한 크리스마스 베이킹 완성이다.


H_크리스마스를 핑계로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각종 빨간 날을 달가워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런 날이 되면 솔로든 커플이든 도무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20대에 맞이한 10번의 크리스마스 중 4번은 솔로로, 6번은 남자친구와 함께였는데 어느 쪽이든 만족할 정도로 행복했던 적은 글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20대 초반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대부분 짐을 싸는 시간이었다. 방학이면 하숙집에서 방을 빼서 집으로 내려가느라 몇 달 동안 내 방처럼 사용하던 하숙집 방을 연필 하나도 남김없이 비워줘야 한다. 심심할 때 끄적거렸던 메모나 낙서를 하나씩 읽어 보고 온갖 잡다한 것들을 버릴지 말지 결정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려 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 짐을 싸는 중간 중간, 옆 방 친구들과 잠시 밤마실도 다녀오고 야식도 먹으니, 남자친구가 없어도 전혀 외롭지 않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도 화려하고 요란한 것보다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좋아 항상 아담한 사이즈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곤 했었다. 헤어짐을 앞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으로 보낸 크리스마스도, 친구 커플들과 한가득 차려 놓고 밤새워 먹었던 크리스마스도, 다음 날이면 떠날 여행에 들떴던 크리스마스도 모두 내 기억의 한켠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누군가 종교가 뭐냐고 물으면, "약간 불교에요."라고 답하는 정도이니, 사실 크리스마스는 내 인생과 별 연관이 없다. 그런데도 억지로 놀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의무감이 생긴다. 그 압박이 도리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자리를 망쳐버리기 일쑤.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맛있는 걸 잔뜩 먹고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하고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카드로 옮기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 모든 일이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이뤄진다는 점이다. 맛있는 건 언제든 먹을 수 있고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선물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그럴듯한 핑계가 없으면 또 심심한 법이다. 그러니 크리스마스에 행하는 많은 이벤트는 크리스마스라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니까 겸사겸사' 하는 식의 마음이면 부담이나 압박 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메인이 아닌 크리스마스. 그 정도의 마음이 딱 좋다.

by HYUNJEE | 2010/01/02 10:18 | 적절한 코드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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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니픽 at 2010/01/02 12:18
브라우니 치즈케익 스노우볼 모두 맛있어 보이네요~ 크리스마스 케익이라고 해봐야 일반적인 케익위에 장식 한두개 더 얹은 것 뿐인데 제과 체인점에서 요란하게 광고하는 건 사실인 듯 해요~ 보통 케익을 먹기위해 사는 것 보다는 케익을 사면 딸려오는 사은품에 끌려서 케익을 사더라구요. 확실히 미리 만들어서 대량으로 파는 케익보다는 이렇게 집에서 만들어 먹는게 건강하기도 하고 맛도 있어서 훨씬 좋지요^^
Commented by HYUNJEE at 2010/01/02 14:38
네 맞아요. 집에서 만든 게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료차이가 아닐까 해요. 좋은 재료로 만드니 우선 건강에는 괜찮을 듯. 그래도 살이 찌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 ㅋ
Commented by 안녕밍키 at 2010/01/03 01:25
20대의 제 연애도 항상 겨울이 되면 와해되곤 했는데, 근 2년간은 특별히 연애를 하고 있었던것 같아요. 다만, 공연쪽 일을 하다보니 2년 동안 크리스마스며, 말일 이며 하는 특별한 연말에는 일을 하며, 훌쩍 지나가고 말아서 아쉽기도 해요.
Commented by HYUNJEE at 2010/01/03 10:12
공연쪽은 연말이 대목이니, 더 정신없잖아요.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낼 땐 차라리 일이라도 했으면 싶다가도 막상 연애를 하면 그런 날 일하기가 싫어지고.
저도 이상하게 겨울이 되면 연애에 금이 가는 경우가 있어서 이상하게 조마조마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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