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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어도 내키지 않는 회식.

예전부터 회식이라면 아무리 맛난 걸 먹어도 별로 내키지 않더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매번 피하기가 일쑤였는데, 12월에 새 일을 시작한 이래 처음 하는 회식이라 빠지지도 못하고 얼떨결에 참석했더니 역시나 회식은 도무지 쓸데가 없다. 회식의 본래 의미는 힘들게 일하고 난 후 기분을 내거나 평소에 하지 못한 말들을 꺼내며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자는 것이겠지만 사실 회식을 한다고 해서 일에 대한 의욕이 더 강해지는 건 아니다.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배를 채우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회식의 초반 분위기는 양호. 그런데 점점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욕망이 커지더니 결국은 어린 막내에게 인생사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기껏해야 20대 후반, 30대 초반인 사람들이 어른인 양 사회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고 그 나이에는 어떻게 사는 것이 옳다는 말을 지껄이는 걸 보자, 마음이 착잡하다. 특히 앞에서는 웃으며 별별 얘기를 다 하다가 돌아서면 서로 단점을 지적하던 사람들이 그러니 더 웃길 노릇이다. 역시 가깝게 지낼 필요가 없는 사이인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 어른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에게 오늘의 회식은 정말 최악. 함께 앉아서 웃고 떠들어도 내일이 되면 또 서로 욕할 일이 생기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마주 보고 앉아 피곤해하면서 술잔을 나눠야 한단 말인가.
술자리에서 연예인 이야기를 비롯한 잡다하고 나와 무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정말 싫지만, 괜히 무겁고 인생에 대해 아는 척하는 이야기를 나눌 바에는 차라리 연예인 성형수술에 대한 진실을 논하는 게 낫겠다. 언제 또 다음 회식이 이루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아마 나에게 두 번째 회식은 없을 듯.

by HYUNJEE | 2010/04/21 23:56 | 새벽의 기분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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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청풍 at 2010/04/22 00:04
음 그런쪽으로 보면 저희 회식은 꽤나 만족스러우시겠습니다.. 가십거리를 얘기하는것도 아니고 진지한 인생얘기를 하는것도 아니고 종종 있었던 웃을만한 일이나 혹은 이전에 술마시고 눈밭에서 헤엄치던 얘기를 상기시키며 웃어대는 회식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술이 싫습니다..ㅜㅜ
Commented by HYUNJEE at 2010/04/22 00:39
아, 그런 거 좋아요_
어릴 때 추억담이나 남편이나 와이프가 있지만 가끔은 다른 여자 혹은 남자가 좋더라_같은 뭔가 더 단순하고 꾸밈 없는 이야기를 나누면 두 번째, 세 번째 회식도 환영인데.
Commented by 청풍 at 2010/04/22 00:41
...아아.. 그런 후눈한 얘기보다는 주로 너이새퀴 오늘아침에 나한테 무심코 반말했지? 로 시작하는 까고까는 후끈한 입배틀...이라거나...형 그거 기억 안나요? 지난번에 새벽3시에 편의점 문잡고 씨름하다가 눈밭에서 헤엄친거.. 닥쳐 임마 술이나 마셔 ..라던가...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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